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 소암 황용주(79)의 예악생활 60주년 기념공연이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소암은 60년 외길을 걸으면서 숱한 국·내외 공연과 ‘한국경·서도 창악대계’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그 중 제자 양성에 가장 힘을 쏟았다.

8일 장충체육관 공연은 그 결실이다. 제자 28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스승의 기념 공연 무대에 함께 선다. 매머드 공연이라 일반 공연장이 아닌 체육관을 대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선소리 산타령을 비롯, 경기 좌창의 유산가, 제비가, 집장가, 풍등가, 휘몰이창인 맹꽁이타령, 장기타령, 정선아리랑, 이별가, 각 도민요 등을 전승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원형 그대로 보여준다.

무대에 출연하는 제자는 280여명이지만 소암 선생이 그동안 양성한 큰 제자만 해도 이수자 104명, 전수자 485명에 이른다. 전국 시·도 및 시·군 단위의 지회와 지부가 50여 곳에 이르며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제자 양성의 결과다.

선소리 산타령은 판소리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암 선생은 선소리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평생을 바쳐 왔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는 체력 관리와 목소리 보호를 위해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 올해로 28년째다. 1974년부터 경기선소리산타령 발표회를 개최해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했다.

1983년 스승 벽파 이창배의 타계 이후 9년만에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전수생 교육, 그 이후에도 제자 교육에 전념해 왔다.

소암 선생은 노래만 하는 예인이 아니라 교육과 저서 발간을 통한 학문적 연구 토대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구전으로 내려오던 소리를 국악관현악으로 반주할 수 있도록 채보, 악보화 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가 피아노를 치는데 맞춰 할아버지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편곡을 한 것이다.

이처럼 선소리를 단순히 전승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체계화한 것도 예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실연과 이론을 겸비한 덕분이다. 지금은 많은 대학에 국악과가 생기고 판소리도 정규 과목이 되었다. 소암 선생은 앞으로 선소리도 대학의 정규 과목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여든을 앞둔 나이, 소암은 선소리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에 쉼이 없다.

(사진 = 선소리산타령보존회 제공)